1828일전 | 20.04.22 | 조회 95
아마추어 수학자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페르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페르마는 수학을 혼자 공부했고, 또 어려운 문제를 여럿 남긴 것으로 유명한데요.대표적인 것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불리우는 것인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단, n은 3 이상의 자연수)를 만족하는 정수 x,y,z은 존재하지 않는다."페르마는 또한 자신의 책 귀퉁이에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그렇지만 여백이 너무 좁아 적지는 않겠다'라는 메모를 남겼습니다.쉬운 듯 해보이면서도 절대 풀리지 않았던 이 '마지막' 정리를 당대 내노라하는 수학자들이 모두 도전을 했었고 증명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페르마의 모국인 프랑스 정부도 이 문제를 증명하는 수학자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지요.그러다가 이 문제가 발견된 지 약 350년이 지난 1994년, 영국의 수학자 엔드루 와일즈에 의해 증명되었지요.이 문제를 풀려던 수많은 수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지난 3세기정도는 정수론이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요.또 1990년대에는 뉴욕 지하철에서는 이러한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답니다.'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경이적인 방법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지금 지하철이 오고있어 여기에 적을 시간이 없다!'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얽힌 사연이야말로 가장 드라마틱한 수학사 일화중 한가지가 아닐까 하네요.
1834일전 | 20.04.16 | 조회 101
이곳은 서로의 마음과 자유를 낙서처럼 나누고 누리는 공간이어요 육아 교육 자신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발전 시켜요
1834일전 | 20.04.16 | 조회 94
리보의 법칙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Ribot’s Law ]우리나라도 급속한 노령화 속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만, 정신 건강 면에서는 치매가 그 무엇보다도 큰 사회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치매는 본인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줍니다. 돌아서면 자꾸 잊어버려서 손자들에게 놀림을 당하지만, 조용하고 얌전히 지내는 치매 어르신을 상상하면 큰 오산이지요. 치매 환자가 되면 성격 자체가 변하고,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을 저지르기 때문에 가족들이 여간 애를 먹지 않습니다.그런데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의 치매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면, 약속이나 한 듯이 저와 가족들 사이에 행해지는 질문과 대답이 있습니다. 열에 여섯, 일곱은 거의 비슷한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아니, 할머님이 이 지경이 되도록 왜 아무런 조치를 안 하셨어요?”“어머님이 어렸을 때 기억을 얼마나 생생하게 하시는지, 치매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치매 노인들이 보이는 행동 중 두드러진 것은 자신이 젊었을 때, 심지어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쉰이 넘은 아들에게 학교는 잘 다녀왔냐고 묻기도 하고,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이 지난 아버지, 어머니가 자신을 찾는다며 집을 나서기도 합니다. 은퇴한 지 20년이 넘은 교장 선생님은 아침 조례한다고 삐뚤빼뚤 넥타이를 매고 식구들 앞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듯 엉뚱한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수십 년 전 기억들을 젊은 사람들보다 더 생생하게 해내니, 가뜩이나 자기 부모님이 치매에 걸릴 리 없다고 부인하던 자식들이 병원에 모시지 않는 것도 이해할 법합니다.이런 현상들은 장년기의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간 기억이 없어지니 20년, 30년 전의 일이 바로 어제 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스콧 피츠제럴드(Scott Fitzgerald)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처럼, 치매에 걸린 노인들의 머릿속에는 유년기의 기억밖에 남지 않게 되고, 그 시절 그 추억 속으로 침잠되어 들어가는 것입니다.한참 바쁜 중년, 장년을 살아갈 때는 어린 시절을 기억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에 들었던 노래나 만화책 제목 들은 평생 안 잊어버리지만, 어린 시절을 기억할 일도 없을뿐더러 기억하려 해도 가물가물합니다. 이럴 때 나이 드신 부모님께 “제가 어렸을 때 어땠지요?”라고 물으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을 눈으로 보고 있는 듯 세세히 “네가 어렸을 땐 이랬단다”고 말씀해주십니다. 부모님이 내 어린 시절에 대해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단지 우리를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나이가 들면 이렇듯 최근 기억은 유령처럼 사라져버리고 자꾸만 자꾸만 근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요?기억력이 감퇴하면 최근 기억부터 사라진다는 것은, 심리학이 처음으로 태동하던 19세기 중반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심리학자이던 테오뒬 리보(Théodule Ribot)는 기억뿐 아니라 살아오면서 획득하게 된 모든 심리학적 기능들은 획득한 순서를 역행하면서 잃어버리게 된다는 법칙을 마련합니다. 이를 ‘리보의 법칙(Ribot’s Law)’이라고 부릅니다.실험심리학자들은 인공적인 상황에서의 역행성 기억상실을 연구합니다. 잘 낫지 않는 중증 정신질환 환자에게는 아직까지도 전기충격 요법이란 치료법을 시행하는데, 이 시술을 받고 나면 일시적으로 역행성 기억상실이 유발됩니다. 그런데 이 기억상실의 정도는 시간과 역비례합니다.즉 전기충격을 받기 직전의 일은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점점 기억이 사라지는 정도가 덜합니다. 자신이 전기충격을 받았다는 기억은 깡그리 없어지지만, 몇 년 전의 기억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또한 잊혔던 기억이 되살아날 때도 먼 기억부터 살아나며, 전기충격을 받기 몇 분 전부터의 기억은 끝끝내 되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는 기억에만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모국어 이외에 수 개 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가장 늦게 배운 언어부터 잊어버립니다. 습관이나 성격도 마찬가지여서,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라, 없어졌던 세 살 버릇이 여든이 되면 다시 살아납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성격의 단점들을 어떻게든 점차 극복하여 원만하게 사는 법을 배우게 마련인데, 나이가 들거나 치매에 걸리면 젊은 시절의 까다로움이나 이기적인 성향들이 여과 없이 다시 살아나 며느리나 사위들을 질리게 만들기도 합니다.리보 법칙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일반적 기억 이론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일은 해마(hippocampus)라는 뇌 구조물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며, 이곳에서 대뇌연합피질로 정보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면서 영구적인 기억으로 조금씩 굳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나 알코올 중독같이 해마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에서는 최근 기억이 영구적 기억으로 새겨지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설명만 갖고는 1년 전 기억이 5년 전 기억보다 먼저 없어지고, 5년 전 기억이 10년 전 기억보다 먼저 사라지는 현상을 설명하진 못합니다.한편 기억이란 비어 있는 여백에 쓰인 것이 아니라, 이전 기억이 색색의 분필로 가득 쓰여진 흑판 위에 덧붙여 쓰여지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해볼 수도 있습니다. 빈칸에 제대로 쓰인 어린 시절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생생히 남지만, 이미 빽빽이 채워진 흑판에 덧붙여진 기억들은 그 일부만 소실되어도 다시 알아보기 힘들게 되는 것입니다.물론 리보의 법칙을 이렇듯 신경생물학적으로 해석하다 보면 그 신비감이 많이 상실됩니다. 이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해석이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긴긴 세월 동안 많은 경험을 하고 여러 곳을 방황했지만 결국 돌아갈 곳은 고향이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어린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사람들의 품이겠지요.집을 자꾸 나가려 하는 치매 어르신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집에 가야 해”라고 말합니다. 물론 어린 시절의 고향 집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기억을 잃어가는 어르신들이 초반에는 과거의 나쁜 기억들 때문에 초조해지거나 회한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많지만, 병세가 진전 될수록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만 하게 된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침잠할 날이 올 텐데, 어떤 기억을 마주하게 될지,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억의 보금자리를 찾게 될지 슬그머니 걱정이 됩니다.